단순한 로고가 좋다는 말, 어디까지 맞을까
단순함은 그 자체가 목표는 아닙니다. 어디에 넣어도 같은 모양으로 재현되게 만들기 위한 조건입니다.
공공 안내 심볼이 왜 그렇게 단순한지 보면 이유가 바로 보입니다. 단순하기만 하고 관점이 없으면 흔한 도형이 됩니다.
로고를 만들 때 가장 많이 듣는 조언이 단순하게 하라는 말입니다. 그런데 이 말만 듣고 단순하게 하면 어디서 본 듯한 도형 하나가 남습니다.
그러면 또 심심하다는 말을 듣고요.
단순하게 만들라는 조언에는 앞부분이 잘려 있습니다. 무엇을 위해 단순하게 하는지가 빠져 있어요.
오늘은 그 앞부분을 채워서, 어디까지 줄이고 어디서 멈춰야 하는지 정리해 드립니다.
단순함은 목적이 아니라 조건입니다.

먼저 순서를 바로잡겠습니다. 단순한 로고가 좋은 로고인 게 아니고, 여러 자리에서 똑같이 재현되려면 단순해질 수밖에 없는 겁니다.
로고는 한 군데에만 쓰이지 않습니다. 간판에 크게 붙고, 영수증에 작게 찍히고, 도장으로 눌리고, 자수로 옷에 박힙니다.
자수는 실로 놓는 거라 가는 선을 못 만듭니다. 도장은 잉크가 번져서 가까운 선끼리 붙습니다.
유리에 붙이는 시트지는 칼로 오려내는 방식이라 안쪽이 뚫린 모양을 못 만들기도 하고요.
그러니까 요소를 줄이는 이유는 세련돼 보이려는 게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 찍어도 같은 모양이 나오게 하려는 겁니다.
이 기준으로 보면 무엇을 지울지도 분명해집니다. 자수로 못 만들 요소, 도장에서 뭉개질 요소부터 지우시면 됩니다.
실제로 쓸 물건 목록을 옆에 놓고 하나씩 대보면 판단이 빨라져요.
공공 안내 심볼이 왜 그렇게 단순한지 보면 답이 나옵니다.

우리 주변에 이 원리를 극단까지 밀어붙인 사례가 있습니다. 화장실, 비상구, 엘리베이터 표시 같은 공공 안내 그림표지요.
국내에서도 이 심볼들은 국가표준으로 관리됩니다. 시설 관련과 안전 관련을 합쳐 510개가 넘는 심볼이 분류되어 있고, 한국표준협회가 표준 파일을 제공합니다(출처: 한국표준정보망 KS S ISO 7001 공공 안내 심볼).
이 심볼들을 떠올려보세요. 사람 모양은 머리 동그라미 하나에 몸통 하나입니다. 손가락도 없고 얼굴도 없어요.
그런데 세 살짜리도 알아봅니다. 글자를 못 읽는 사람도, 외국에서 온 사람도 알아봅니다.
왜 이렇게까지 줄였느냐면, 이 그림들이 놓이는 자리가 최악의 조건이기 때문입니다. 어두운 복도, 연기 찬 공간, 멀리서 뛰면서 보는 상황이요.
로고가 놓이는 자리도 생각보다 이와 비슷합니다. 손님은 걸어가면서 힐끗 봅니다. 멈춰 서서 들여다보는 사람은 거의 없어요.
그 짧은 순간에 형태가 잡히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단순하게 만들려면 요소를 세어봐야 합니다.
감으로 줄이면 잘 안 됩니다. 숫자로 세시는 편이 확실해요.
세는 방법은 이렇습니다. 로고를 구성하는 덩어리를 하나씩 짚으면서 번호를 매기세요.
도형 하나, 글자 덩어리 하나, 선 하나, 색 하나가 각각 한 개입니다. 그림자나 테두리도 각각 한 개로 셉니다.
작은 매장 로고라면 이 숫자가 다섯 개 안쪽이면 안전합니다. 여덟 개가 넘어가면 축소했을 때 무너질 확률이 높아요.
색도 한 개로 세니까 색을 세 가지 쓰면 그것만으로 세 개를 채우는 셈입니다.
숫자를 줄일 때는 겹치는 것부터 지웁니다. 같은 말을 두 번 하는 요소가 꼭 있거든요.커피잔 그림에 김이 올라가는 선을 세 개 그려놨다면,
그림과 선 중 하나는 없어도 뜻이 전달됩니다. 지웠을 때 뜻이 안 바뀌면 그건 처음부터 없어도 되는 요소였던 거예요.
너무 단순하면 아무거나처럼 보입니다
반대 방향도 있습니다. 여기서 멈춰야 한다는 선이요.
동그라미 하나, 정사각형 하나, 삼각형 하나까지 줄이면 그건 우리 로고가 아니라 그냥 도형입니다.
누구나 그릴 수 있고 누구나 이미 쓰고 있어요. 앞 글에서 말씀드린 대로 상표로 등록하기도 어렵습니다.
멈추는 기준은 이렇습니다. 이 형태를 손으로 대충 그려서 다른 사람에게 보여줬을 때, 우리 매장이 떠오르는지요.
안 떠오르면 아직 개성이 없는 겁니다. 직원 두세 명에게 그려보라고 해서 비슷하게 나오는지 보시면 확인이 빠릅니다.
그러니까 목표는 최소한의 요소가 아닙니다. 알아볼 수 있는 최소한이에요. 이 둘은 다릅니다.
아이디어는 관점에서 나옵니다.

마지막입니다. 기억에 남는 로고들을 보면 요소가 적은 게 공통점이 아닙니다. 남들이 안 본 각도로 봤다는 게 공통점이에요.
예를 들어 빵집 로고를 만든다고 해볼게요. 빵을 그리면 흔합니다. 그런데 매일 새벽에 문을 여는 집이라면 빵 대신 새벽을 그릴 수도 있습니다.
손님이 늘 두 개씩 사간다면 두 개가 나란히 있는 형태로 갈 수도 있고요.
관점은 매장 안에서 나옵니다. 우리만 아는 습관, 우리만 겪는 장면, 손님이 우리에게 자주 하는 말이요. 이걸 먼저 찾고 나서 단순하게 줄이면, 단순한데 우리 것인 로고가 나옵니다.
순서가 반대면 안 됩니다. 단순함부터 시작하면 흔한 도형에서 멈추게 되거든요.
관점을 먼저 잡으면 줄이는 과정에서도 무엇을 남길지가 흔들리지 않습니다.
우리 매장만의 특징과 손님이 기억하는 이유를 찾아,가장 간결한 형태로 표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빵집이라고 꼭 빵을 그릴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만의 이야기와 차별화된 특징을 먼저 찾고, 그것을 로고에 담아보세요
AI 브랜딩 솔루션 요비(Yo-B)에서 우리 브랜드의 특징과 이야기를 바탕으로 로고를 직접 만들고, 원하는 방향으로 완성해 보세요.
단순하게 만들라는 말은 세련되게 만들라는 뜻이 아닙니다. 자수로 놓고 도장으로 찍어도 같은 모양이 나오게 하라는 뜻입니다.
덩어리를 세어서 다섯 개 안쪽으로 줄이시되, 손으로 그렸을 때 우리 매장이 떠오르는 지점에서 멈추세요.
그리고 줄이기 전에 우리만의 관점부터 찾으시면 됩니다.
댓글로 남겨주세요. 지금 로고에서 지워도 뜻이 그대로 남을 요소가 하나 있다면 무엇인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