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일만 받고 끝내면 절반만 받은 겁니다. 권리를 어떻게 정리했는지가 함께 남아야 합니다. 넘겨받는 것과 빌려 쓰는 것은 완전히 다릅니다. 계약서에 그 구분이 적혀 있어야 합니다. 표준 양식이 무료로 공개돼 있으니 처음부터 새로 쓰실 필요는 없습니다.
로고 작업이 끝나면 파일을 몇 개 받고 대금을 치르고 마무리됩니다. 대부분 여기서 끝냅니다. 그런데 일 년쯤 지나서 상표 출원을 하려거나, 다른 업체에 인쇄를 맡기려 할 때 문제가 드러납니다.
받아야 할 걸 다 안 받았기 때문입니다. 파일도 그렇고 권리 정리도 그렇습니다. 오늘은 인수인계 단계에서 챙길 것들을 정리해 드립니다.
어떤 파일을 받아야 할까요
먼저 파일입니다. 세 묶음으로 나눠서 요청하시면 빠집니다.
첫째, 편집할 수 있는 원본입니다. 좌표로 저장된 형식이어야 하고, 글자는 도형으로 바꿔둔 상태여야 합니다. 간판과 인쇄에서 이 파일이 필요합니다.
둘째, 인쇄용으로 내보낸 파일입니다. 인쇄 색 기준으로 저장된 것이요. 여기에는 가로형, 세로형, 심볼만 있는 형태, 흑백 형태가 각각 들어가야 합니다.
셋째, 화면용 파일입니다. 배경이 투명한 것과 흰 배경인 것 두 가지를 받으세요.
크기도 여러 단계로 받아두시면 매번 다시 요청할 일이 없어요. 지도 앱과 사회관계망은 요구하는 크기가 각각 다르거든요.
여기에 하나를 더하면 좋습니다. 글꼴과 색 정보를 적은 문서요. 어떤 글꼴을 어떻게 손봤는지, 색은 무엇인지가 한 장에 적혀 있어야 해요. 이 한 장이 나중에 다른 업체와 일할 때 설명을 대신해줍니다.
권리는 넘겨받는 걸까요 빌리는 걸까요
여기가 가장 자주 어긋나는 지점입니다. 돈을 냈으니 당연히 우리 것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실제로는 어떻게 약속했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크게 두 갈래입니다. 하나는 권리를 넘겨받는 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쓸 수 있게 허락받는 방식이에요.
허락받는 쪽도 우리만 쓰는 경우와 다른 사람도 쓸 수 있는 경우로 나뉩니다.
차이가 언제 드러나느냐면, 로고를 고칠 때와 상표로 등록할 때입니다.
허락만 받은 상태면 마음대로 고치기 어렵고, 만든 쪽이 다른 곳에 비슷한 걸 줘도 막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래서 계약 단계에서 이 부분을 문장으로 적어두셔야 합니다. 말로 "저희 겁니다"라고 들은 건 나중에 확인이 안 되거든요.
사이가 좋을 때는 아무 문제가 없다가 연락이 끊기면 곤란해집니다.
계약서는 어떻게 쓸까요

처음부터 만드실 필요는 없습니다. 공개된 표준 양식을 쓰시면 됩니다.
한국저작권위원회가 저작권 관련 표준계약서를 무료로 공개하고 있습니다. 독점적 이용허락, 비독점적 이용허락, 저작재산권 일부 양도, 저작재산권 전부 양도 이렇게 네 가지로 나뉘어 있어요 (출처: 한국저작권위원회 저작권 표준계약서 서식 안내).
네 가지가 나뉘어 있다는 것 자체가 답을 줍니다. 우리가 어느 쪽을 원하는지 먼저 정하고 그에 맞는 양식을 고르시면 됩니다.
로고처럼 오래 쓰고 여러 곳에 붙일 물건이면 양도 쪽이 편한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양도를 요구하면 견적이 올라갈 수 있습니다. 만드는 쪽 입장에서는 다시 쓸 수 없게 되니까요.
예산이 빠듯하면 독점적 이용허락으로 하되 범위를 넓게 적는 방법도 있어요. 쓸 매체와 기간, 지역을 넓게 잡아두시면 됩니다.
한 가지 더 챙기실 게 있습니다. 만든 사람의 이름을 표시할지 여부요. 이건 양도와 별개로 남는 부분이라 미리 이야기해두시는 게 깔끔합니다.
인수인계 때 같이 받을 문서는 뭘까요

파일과 계약서 말고도 받아두면 좋은 게 있습니다. 세 가지입니다.
첫째, 쓰인 글꼴 목록과 각각의 사용 범위 안내입니다. 나중에 우리가 직접 안내문을 만들 때 같은 글꼴을 써야 하거든요.
둘째, 색 정보입니다. 인쇄용 번호와 화면용 코드가 적혀 있어야 합니다. 앞 글에서 말씀드린 세 줄짜리 기록이요.
셋째, 최소 크기와 여백 기준입니다. 이 로고를 몇 밀리미터 아래로는 쓰지 말라는 선과, 주변에 얼마나 빈 공간을 둘지요. 이게 없으면 인쇄물마다 로고가 다르게 보이거든요. 특히 여백 기준이 없으면 다른 글자와 너무 붙어서 답답해집니다.
이 셋을 한 장으로 묶어 달라고 요청하시면 대부분 만들어 줍니다. 견적에 포함해 달라고 처음부터 말씀하시는 게 좋고요. 나중에 따로 요청하면 추가 작업이 되어버립니다.
받은 뒤 무엇을 확인할까요

마지막은 검수입니다. 받자마자 확인하셔야 나중에 요청할 수 있습니다.
먼저 파일을 다 열어보세요. 열리지 않는 형식이 있으면 그 자리에서 말씀하시고요. 원본 파일은 크게 키워서 선이 매끄러운지 봅니다.
파일 이름이 알아보기 어렵게 되어 있으면 이때 정리해두시면 좋습니다.
그다음에 실제 자리에 넣어보세요. 명함 크기로 인쇄하고, 지도 앱 프로필에 올려보고, 흑백으로 복사해봅니다.
여기서 무너지는 게 있으면 수정 요청 기간 안에 말씀하셔야 해요. 기간이 지나면 별도 비용이 붙는 경우가 많습니다.
폴더 이름에 날짜와 제작사를 함께 적어두시면 더 좋습니다. 나중에 같은 업체에 추가 작업을 맡길 때 연락처를 다시 찾지 않아도 되거든요.
마지막으로 계약서와 받은 파일 목록을 같은 폴더에 넣어두세요. 몇 년 뒤에 이 폴더 하나만 열면 되게 해두는 겁니다.
인수인계받은 규격을 자리별로 정리해두면 다음 인쇄부터 훨씬 빨라집니다.
요비(Yo-B)가 이미지 틀을 자리별로 맞추는 방법을 적어두었습니다.
https://yo-b.com/ko/blog/yo-b-image-template-tips
로고 인수인계는 파일 받기로 끝나지 않습니다. 원본과 인쇄용과 화면용 세 묶음을 받고, 권리를 넘겨받는지 빌리는지를 계약서에 적어두세요.
표준 양식이 무료로 공개돼 있으니 그중에서 고르시면 됩니다. 그리고 받자마자 실제 자리에 넣어 확인하시면 됩니다.
댓글로 남겨주세요. 지금 우리 로고의 권리 관계가 어떻게 정리돼 있는지 문서로 확인하실 수 있으신가요.



